실리카겔 새 앨범, 낯선 이름의 음악이 오래 남는 이유

밴드 음악은 가끔 제목이나 한 문장보다 소리의 질감으로 먼저 기억됩니다. 기타가 들어오는 방식, 보컬이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순간, 끝까지 풀리지 않는 분위기 같은 것 말이에요. 실리카겔의 새 앨범 소식을 보며도 그런 ‘낯선데 오래 남는 감각’을 기대하게 됩니다.
새 앨범을 만들 때 팀이 어떤 단어를 중심에 두었는지 듣는 일도 재미있습니다. 음악 안의 이야기를 그대로 해설하는 대신, 멤버들이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죠. 듣는 사람은 그 질문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받아들이게 됩니다.

실리카겔의 음악은 한 번에 모든 표정을 보여주기보다, 여러 번 들을수록 다른 장면을 꺼내는 쪽에 가깝습니다. 처음에는 사운드가 먼저 들리고, 다음에는 가사 한 줄이 남고, 그다음에는 앨범 전체의 흐름이 보이는 식입니다. 그래서 새 정규 앨범이라는 말이 더 반갑게 들립니다.
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작업 비하인드도 음악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드는 요소입니다. 무대 위에서는 강렬하게 보이던 팀이 일상적인 말투로 웃고, 자기 작업을 설명하는 순간에는 노래와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니까요.

좋아하는 밴드를 만나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. 공연장에서 큰 사운드를 몸으로 느끼는 일도 좋고, 밤에 이어폰으로 앨범 순서를 따라가는 일도 좋죠. 같은 노래라도 어디에서 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이 됩니다.

새로운 음악은 늘 듣는 사람에게 작은 빈칸을 남깁니다. 실리카겔의 이번 앨범도 각자가 자기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여백을 가진 작품이면 좋겠습니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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